직장인 김현무(가명ㆍ41) 씨는 5~6년 전 지인으로부터 난 한촉을 선물 받았다.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꽃이 피는 난이니 잘 키워보라는 당부도 함께 따라왔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김씨는 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를 때였다. 그저 ‘우리집과 연이 닿은 생명이니 죽이지는 말자’는 마음으로 때마다 물을 주고 햇볕을 쏘였다.
김씨는 꽃이 피고 나서야 그것이 ‘기화소심(奇花素心)’으로 불린다는 것을 알았다. 보통 춘란의 경우 꽃 혓바닥에 붉은 무늬, 또는 점등이 있는데 그중 꽃 혓바닥이 무늬 없이 하얀 꽃을 소심이라고 부른다. 그 소심 중에서도 돌연변이로 희귀한 생김새를 지닌 것들을 기화소심이라고 하는데 김씨의 꽃에는 아래에 꽃잎이 하나 더 새초롬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러나 김씨가 난의 진가를 알기 시작한 것은 시간이 더 많이 흐른 후였다. 꽃을 피운 난은 새 촉을 돋아내기 시작했다. 처음 2촉으로 시작한 것이 어느새 6~7촉으로 늘어났다. 쉽게 볼 수 없는 기화소심을 꽃 피운 덕에 난 한촉의 가격이 꽤 비싸게 책정됐다. 김씨는 난 분양 사이트를 통해 한촉에 70만원씩 모두 네촉을 팔았다. 지인에게 선물 받은 난 한촉으로 그는 280만원 정도의 ‘기대치 않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전문가에게 맡겨 기르는 '난펀드'도
“난은 일년에 단 한차례, 1주일에서 길면 한달 정도만 꽃을 피웁니다. 그나마도 값이 나가는 귀한 난일수록 꽃을 피우기가 더 어렵지요. 5~6년을 기다려야 꽃이 피는 난도 있습니다.”
김남욱 한국난문화협회 사무부총장의 설명이다. 오랜 정성을 들인 뒤에야 살포시 꽃봉오리를 내미는 난은 그래서 예로부터 ‘선비의 고매한 정신’을 닮은 꽃으로 표현되곤 했다. 아직도 난이 기품 있는 선물이나 취미 생활로 많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유다.
난은 꽃의 색상이나 모양에 따라 그 가치가 천차만별이다. 같은 종류라 해도 꽃이 피어있는 기간이나 모양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보통의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가의 품종은 한촉에 1~2만원 정도. 하지만 고가의 난은 한촉(2촉)에 10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가 되기도 한다. 귀한 꽃을 피우기만 한다면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셈이다.
김 사무부총장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난을 취미 생활로 즐기는 이들은 100만여명 정도. 김 사무부총장은 “정확하게 숫자를 파악하긴 힘들지만 이 중에서 전문적으로 난을 거래하는 이들을 포함, 재테크 수단으로 난을 기르는 이들은 20만명 정도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우아한 취미생활인 난이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자연번식'이 가능한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튼튼하고 좋은 품종을 잘 선정하기만 한다면 투자 원금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번식된 새싹들로 새로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김 사무부총장은 “때문에 최근에는 여러명이 돈을 모아 값비싼 난 하나를 구입, 전문가에게 맡겨 기르게 한 뒤 수익을 내는 ‘난펀드’도 유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부총장은 “하지만 같은 이유로 난테크에 달려들었다가는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5~6년 동안 정성을 들여야만 비로소 결과를 볼 수 있는 난을 돈이 되는 투자 대상으로만 생각했다가는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난이 죽어 되레 손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초보자일수록 재테크에 욕심을 내기 보다는 난을 직접 길러보며 취미를 붙인 후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home > 게시판
작 성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