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쓸쓸한 무덤을 지키기 위해 할미꽃은 날카로운 비수대신
아름다운 맹독을 숨기고 지나가는 나그네를 무심한 듯 지켜 봅니다.
꽃과 솜털 이파리와 뿌리까지.........그 맹독은 아주 치열합니다.
동강 할미꽃은 복색으로 꽃을 피우고 이 늦둥이는 짙은 보라색
한가지로만 피어 납니다.
보통의 할미보다 두 주일정도 늦게 피어나는데 짙은 보라색이 참으로
고혹적입니다. 아마도 동강 할미꽃의 변이종(?)같은데 지난해 까지
네 포기가 남았었지만 이젠 사진속의 꽃 한포기 뿐이고 여러분들과
나는 어쩌면 이 꽃의 마지막 변이종을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두가지의 동강할미는 멸종 위기종이라 채취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연전에 막역한 선배 한분과 이 꽃씨를 조금 채종해 두겠다고 약속을
하기는 했는데 이제는 전해줄 길이 없어 고개를 갸웃 거리고 있고,
방사성치료 때문에 계속 몸이 쇠약해지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분홍할미는 두포기가 남았었지만 누구인가 다 파가 이젠 꽃을
볼 수 없어서 서운합니다.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지금
비닐하우스 안에서 배양중이라고 하네요. 할미는 뿌리를 캐내서
옮겨 심으면 한사코 살기를 거부하며 속절없이 죽어 버립니다.
그러니 할미꽃의 번식은 씨앗에 의지해야 하는데 화분속에서는
발아와 성장이 어려우니 노지에 심어 가꿔야만 하지만 내 주변에
노지와 야생화 재배에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드믈어(?) 씨앗
봉지를 들고 한참을 고민하고 있습니다.........그러다 보니 채종한
씨앗이 벌써 네종류나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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